●오징어 게임 흥행, 영화산업 게임 룰 바뀐다●인터비즈

코로나 이후 영화관람이 줄면서 넷플릭스와 같은 OTT 플랫폼을 통해 영화와 드라마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졌다.

이런 시점에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대박을 터뜨렸다.

OTT 플랫폼은 영화산업의 게임 규칙을 바꾸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오징어 게임’ 체험 팝업스토어ㅣ출처=넷플릭스 프랑스 트위터 10월 12일 프랑스 파리 알렉산드리아 12번지, 전날부터 내린 폭우가 쏟아지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밤새 줄을 이었다.

바로 넷플릭스 프랑스가 이틀간 준비한 ‘오징어 게임’ 팝업스토어에 입장하려는 팬이었다.

수백m의 긴 줄은 이틀 내내 이어졌고 끼어들려는 사람들과 몸싸움을 벌여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체험관에는 돼지저금통, 유리구슬 같은 소품이 준비되어 있었고, 관람객들은 달고나와 표를 받았다.

1분 30초 동안 달고나 뽑기 게임에 성공하면 넷플릭스 한 달 이용권을 선물했다.

빈손으로 나온 몇몇 사람들은 안타까운 마음에 도로에서 딱지를 씌우는 영상을 올렸다.

오징어 게임의 인기에 힘입어 세계 각국의 한식당에 손님이 크게 늘었다.

최근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한식당은 직원들이 오징어 게임 속 진행요원 의상을 입고 손님들에게 달고나가차를 나눠주는 행사를 기획해 많은 인기를 끌었다.

또 미국의 한 대학에서는 순찰하던 경찰차가 확성기로 드라마에 나온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소리를 내보내자 학생들이 움직임을 멈추고 게임을 따라했다.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 인기

출처=넷플릭스 ‘이카게임’처럼 오징어 게임의 인기는 어느 지역뿐 아니라 글로벌 현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가 정식 서비스되는 83개국에서 총 1위를 기록한 첫 작품이 됐다.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 공개 초반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받았다.

17일 만에 1억1100가구가 시청하며 넷플릭스 프로그램 중 역대 처음으로 1억가구 시청을 돌파했다.

첫 4주간 시청 기록은 1억4200만 가구로 이전까지 1위를 기록했던 블리자튼의 8200만 가구를 훌쩍 넘어섰다.

넷플릭스는 가구당 부여한 아이디를 여러 명이 나눌 수 있어 실제 시청자는 수억 명으로 계산된다.

어떤 기준으로 봐도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가 제작한 역대 시리즈 중 가장 흥행한 작품이 됐다.

역대 영화 흥행 1위를 한 아바타와 비슷한 인기라고 하면 그 의미와 파급력이 잘 이해된다.

실제로 그런 것들이 오징어 게임의 인기로 인해 넷플릭스 주가가 연일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10월 22일 넷플릭스 주가는 주당 665달러로 오징어 게임이 공개됐을 때보다 15% 이상 올랐고 시가총액은 3000억달러(약 350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10월 19일 3분기 실적 발표 때 CEO인 헤이스팅스는 오징어 게임 트레이닝복을 입고 나와 넷플릭스의 실적 호전이 오징어 게임 때문임을 인정했다.

넷플릭스의 3분기 신규 가입자 수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서 전분기 대비 440만명이 늘었고 총 구독자는 2억1360만 회원에 달했다.

이에 따라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한 8억달러, 순이익은 2배 가까이 늘어난 5억달러로 뛰었다.

지금의 넷플릭스를 만든 하우스 오브 카드

출처=넷플릭스 ‘하우스 오브 카드’처럼 대박 콘텐츠 하나가 엔터테인먼트사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

사실 넷플릭스가 지금과 같은 글로벌 플랫폼으로 도약한 계기가 그랬다.

2013년 2월 1일 넷플릭스는 대작 드라마 13편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바로 하우스 오브 카드다.

‘하우스 오브 카드’는 넷플릭스 첫 대작 드라마로 1억달러가 들어왔다.

‘세븐’,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로 유명한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연출하고 유명 배우 케빈 스페이시가 주연을 맡았다.

지금은 관행이 됐지만 당시에는 드라마 전편을 한꺼번에 공개한 게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해킹 사고를 의심하는 사람까지 있었다.

왜냐하면 당시에는 제작이 완료된 드라마라도 광고 수익 극대화를 위해 일주일에 한 편씩 방송하는 것이 관례였다.

그런데 ‘하우스 오브 카드’는 과감하게 전편을 공개함으로써 시청자들이 편할 때 볼 수 있도록 했다.

이 드라마를 계기로 넷플릭스 구독자가 급증했다.

이 드라마가 나오기 전 넷플릭스의 미국 내 구독자는 2700만명이었지만 드라마 개봉 후 시청자가 미국에서만 200만명, 해외에서 100만명 이상 증가했다.

이때부터 넷플릭스가 전통적인 드라마 왕국 HBO 케이블 가입자 수를 앞질렀다.

더욱이 당시 넷플릭스는 캐나다, 유럽 등을 시작으로 글로벌 확장을 추진하던 때여서 ‘하우스 오브 카드’의 성공은 더욱 의미가 있었다.

가입자 수 증가세를 탄력을 받기 위해 아이디 하나에 4명까지 스트리밍 서비스를 볼 수 있는 가족 요금제를 선보인 것도 이 시점이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드라마는 하우스 오브 카드로 시작해 하우스 오브 카드로 끝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후 넷플릭스는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헴록 글로브’ 같은 자체 제작 시리즈를 잇따라 히트시키며 콘텐츠 중심의 성장 전략을 이어왔다.

넷플릭스 영화가 별로라고?

출처=넷플릭스 그런데 이 같은 넷플릭스의 콘텐츠 투자에는 이면이 있다.

요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가 별로라는 사람이 많아졌다.

전 세계 회원들의 공통적인 특색으로 구글에 ‘와이넷플릭스’를 입력하면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왜 그렇게 재미없을까’라는 문장이 자동 완성으로 나온다.

실제 넷플릭스에서 거액을 투자한 ‘6언더그라운드’, ‘아이리시맨’, ‘버드박스’, ‘옥자’ 같은 영화들이 모두 작품성과 상업성에서 실망을 안겼다.

그런데 그 이유가 재미있다.

넷플릭스가 감독에게 최종 편집권을 주고 전적으로 맡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할리우드 제작사는 비록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라도 마음대로 만들게 하지 않고 프로듀서가 상업적 조언을 한다.

하지만 넷플릭스에서는 감독이 원하는 대로 영화를 만들 수 있어 감독은 좋아하지만 작품의 상업성은 떨어진다는 것이다.

넷플릭스가 뛰어난 프로듀서를 채용하지 못해서 이런 간섭을 하지 않을까? 그보다는 넷플릭스가 영화를 다르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어벤져스 같은 블록버스터는 실패하면 영화사가 휘청거리기 때문에 흥행에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영화 한 편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고객에게 매일 만족을 주는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어야 한다.

영화 한 편을 파는 게 아니라 수많은 콘텐츠로 고객을 유지하는 게 목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감독에게 편집권을 보장해 다양한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이 좋다.

넷플릭스에 어벤져스 같은 SF 판타지 영화밖에 없다면 그야말로 고객들이 질릴 것이다.

영화산업의 게임 규칙이 바뀌는 코로나19로 극장 관객이 줄면서 넷플릭스와 같은 OTT 플랫폼 서비스가 급성장했다.

이에 따라 영화산업의 게임 규칙이 바뀌기 시작했다.

넷플릭스와 같은 플랫폼 비즈니스가 성공하려면 양면 네트워크 효과가 필요하다.

택시 어플을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쉬워. 승객이 많아야 운전자를 끌어들이고 운전자가 많아져야 승객이 들어간다.

때문에 플랫폼 사업자는 공급자와 수요자가 선순환하고 계속 늘어나도록 관리하는 게 관건이다.

소비자의 한쪽만 봐서는 안 되고 생태계 전체를 봐야 한다.

이런 점에서 넷플릭스는 회원을 늘리는 것 못지않게 뛰어난 감독이 넷플릭스에 적극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컨대 OTT 플랫폼을 통해 영화산업의 게임룰이 메가히트 제작작에서 다양한 콘텐츠 확보로 바뀌고 있다.

출처=넷플릭스 ‘보건교사 안은영’ ‘도가니’ ‘수상한 그녀’ ‘남한산성’을 만든 황동혁 감독이 오징어 게임을 구상하고 각본을 쓴 것은 2008년이다.

낯설고 난해하다는 이유로 어떤 제작자도 나오지 않았다.

오직 넷플릭스만이 충분한 예산과 마음대로 창작할 자유를 줬다.

덕분에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인 히트가 가능해졌다.

오징어 게임이 나오기 1년 전 넷플릭스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이 공개됐다.

오징어 게임 이상으로 독특하고 난해한 작품이었다.

드라마는 성공하지 못했다.

나도 2편을 보고 시청을 포기했어. 하지만 ‘보건교사 안은영’이 있기에 오징어 게임이 나왔다.

정리 조지윤 inter-Biz@n 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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